
작품 앞에 섰는데, 무엇을 봐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캡션을 읽어도 궁금증은 남습니다.
“왜 이런 색을 썼을까?”
“이 작품은 당시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였을까?”
“아이에게 설명한다면 어떻게 말해야 할까?”
그런데 도슨트 투어 시간은 이미 지났고, 오디오가이드에는 내가 궁금한 내용이 없습니다.
전시장에서는 꽤 흔한 상황입니다.
기존 전시 해설은 대부분 기관이 미리 정한 내용을 관람객에게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반면 최근 해외 미술관·박물관에서는 관람객이 직접 질문하고, 그 질문에 맞춰 설명을 이어가는 AI 기반 대화형 해설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2026년 5월 UNESCO와 국제박물관협의회(ICOM)는 전 세계 박물관의 AI 활용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글로벌 조사도 시작했습니다. AI가 박물관 현장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어떤 기회와 과제가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한 조사입니다. (출처: ICOM 공식 발표 )
그렇다면 실제 전시장에서는 어떤 문제 때문에 AI를 쓰기 시작했을까요?
해외 미술관·박물관의 AI 도슨트 활용 사례
🏛️ 1. 퀘벡 국립미술관(MNBAQ)

“작품 앞에서 무엇을 봐야 할지 모르겠어요.”
퀘벡 국립미술관의 프로젝트는 기술보다 관람객의 질문에서 시작됐습니다.
미술관은 공식 프로젝트 페이지에서 다음 세 가지 고민을 출발점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 많은 작품 가운데 내가 좋아할 만한 것을 어떻게 찾을까?
- 작품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까?
- 관심이 생긴 작품을 어떻게 더 알아볼 수 있을까?
(출처: MNBAQ 공식 프로젝트 페이지)
관람객이 작품에 대해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는 대화형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작가나 제작연도 같은 사실관계만 묻는 것은 아닙니다. 작품을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지 묻거나, 작가의 작업 방식을 궁금해하거나, 작품을 보고 느낀 감정을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MNBAQ는 사실적·역사적 해석뿐 아니라 감정적·철학적인 접근까지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설계했습니다.
또 처음부터 전시 전체에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 2022년: 약 80명의 미술관 회원과 1개 작품으로 첫 테스트
- 2023년 12월: 10개 작품으로 확대
- 2024년 여름: 약 50개 작품으로 확대
초기 테스트 참가자들은 자신이 궁금한 내용을 로봇에게 묻는 것을 크게 불편해하지 않았고, 각자의 관심에 맞춰 작품을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고 답했습니다.
일부 참가자는 처음에는 관심이 없었던 작품에 흥미가 생기거나, 작품과 더 큰 연결감을 느꼈다고 응답했습니다. 이후 MNBAQ는 테스트를 중단하지 않고 적용 작품을 계속 확대했습니다.
기술 파트너 Ask Mona는 프로젝트 사례자료에서 AI 대화형 서비스 적용 후 관람객이 한 작품 앞에 머무는 평균 시간이 5초에서 5분으로 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출처: Ask Mona의 MNBAQ 사례자료)
🏛️ 2. 프랑스 퐁피두센터(Centre Pompidou)

“가이드 없이 보는 관람객에게도 미술관의 콘텐츠를 연결할 수 없을까?”
2021년 퐁피두센터는 AI를 활용한 첫 대화형 챗봇을 공개했습니다.
퐁피두센터가 공식 연차보고서에서 밝힌 목표는 더 많은 사람이 미술관의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해설·커뮤니케이션 통로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고, 전시 관람 때 항상 가이드와 함께하기를 원하지 않는 젊은 관람객도 고려했습니다. (출처: Centre Pompidou 2021 연차보고서)
관람객이 작품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면 AI가 이미지를 인식하고, 해당 작품에 관한 콘텐츠를 보여주는 방식이었습니다.
연결되는 콘텐츠에는 역사적 맥락과 일화뿐 아니라 퐁피두센터가 만든 메시지, 팟캐스트, 영상 등이 포함됐습니다.
2021년 공식 보고서 기준으로는
- 113개 작품 대상
- 프랑스어·영어 지원
- 작품 이미지 인식
- 작품 해설과 실용적인 방문 정보 제공
등의 기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즉, AI를 위해 모든 콘텐츠를 새로 만드는 대신 기관이 이미 가지고 있던 자료를 관람객이 필요한 순간에 쉽게 찾도록 연결한 것입니다.
Ask Mona가 공개한 프로젝트 운영자료에는 다음과 같은 수치가 나옵니다.
- 2개월간 약 17,000명 이용
- 작품 사진 약 30,000건 전송
- 전체 관람객의 약 20% 이용
- 이미지 인식 대상 150개 이상
(출처: Ask Mona의 Centre Pompidou 사례자료)
🏛️ 3. 캐나다 역사박물관(Canadian Museum of History)

“큐레이터가 조사한 내용을 전시장에 모두 담을 수는 없어요.”
전시를 만들 때 실제 조사자료와 관람객이 보는 정보의 양에는 큰 차이가 생깁니다.
한 유물을 위해 학예사가 조사한 자료는 많지만, 캡션을 몇 페이지씩 만들 수는 없습니다.
캐나다 역사박물관은 이 사이를 AI로 연결하고 있습니다.
Canadian History Hall에서는 MUSEO라는 디지털 투어 가이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관람객은 특정 유물 주변의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한 뒤, 해당 유물에 대해 질문할 수 있습니다.
박물관 공식 홈페이지는 MUSEO를 선정된 전시품에 대해 질문하고, 큐레이터가 축적한 광범위한 연구를 탐색할 수 있는 디지털 투어 가이드라고 소개합니다. (출처: Canadian Museum of History 공식 안내)
핵심은 정보를 전시장에 더 많이 붙이는 것이 아닙니다.
관람객이 궁금할 때만 더 깊은 정보를 꺼내볼 수 있게 한 것입니다.
현재 공개된 공식 자료에서는 이용자 수나 체류시간, 만족도와 같은 관람객 대상 정량 성과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이 사례는 아직 실제 전시장에 적용하면서 활용 방법을 검증하는 단계로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오히려 AI 도슨트 도입이 반드시 “전시 전체에 한 번에 적용하는 대형 프로젝트”일 필요는 없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일부 작품이나 유물부터 시작해
- 기관 자료로 충분한 답변이 가능한지
- 관람객은 어떤 질문을 하는지
- 어느 범위까지 답하게 할지
- 오류를 어떻게 관리할지
먼저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 4. 프랑스 아를 고대박물관

“작품이 직접 관람객의 질문에 답한다면?”
2026년 프랑스 Musée départemental Arles antique에서는 조금 다른 형태의 AI 해설이 등장했습니다.
전시 《Le Passage de Vénus》에서 관람객이 ‘아를의 비너스’ AI 아바타와 직접 대화하도록 만든 것입니다.
Ask Mona는 비너스의 2D 아바타를 제작하고, 미술관이 전달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지식 기반을 구성했습니다.
관람객이 자리에 앉아 말로 질문하면 비너스가 1인칭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입니다.
프랑스어뿐 아니라 영어와 스페인어 대화도 지원합니다. (출처: Ask Mona의 아를 고대박물관 사례자료)
이 사례에서 AI는 단순한 정보 검색 도구라기보다 전시 연출의 일부로 사용됐습니다.
Ask Mona가 공개한 운영자료에 따르면,
- 이미 수천 건의 대화가 발생했고
- 관람객 한 명의 평균 대화시간은 약 4분
- 영어와 스페인어 대화를 합하면 전체의 8분의 1 이상
으로 집계됐습니다.
📌 4개 사례를 한눈에 보면

🔍 해외 사례에서 반복해서 보이는 세 가지
① ‘무엇을 설명할까?’만큼 ‘무엇이 궁금할까?’를 본다
기존 오디오가이드나 리플렛에서는 기관이 먼저 설명할 내용을 정합니다.
AI 대화형 해설에서는 관람객도 방향을 정합니다.
같은 작품을 보고도 누군가는 작가가 궁금하고, 누군가는 색채가 궁금합니다. 어린이는 “왜 이렇게 만들었어요?”라고 물을 수도 있습니다.
하나의 작품을 하나의 해설로만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다.
② 기관의 전문자료를 없애는 게 아니라, 꺼내보기 쉽게 만든다
이번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것은 기관이 가진 자료의 활용입니다.
작품 설명, 교육 콘텐츠, 전시 텍스트, 큐레이터 연구자료 등을 AI와 연결합니다.
AI가 학예사의 전문성을 없애는 구조라기보다,
기관이 이미 가진 전문자료를 관람객이 자신의 질문을 통해 찾아보는 새로운 인터페이스
에 가깝습니다.
③ 처음부터 크게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
MNBAQ는 한 작품에서 시작했습니다.
캐나다 역사박물관도 선정된 일부 유물에 먼저 적용했습니다.
AI 도슨트를 검토한다면 처음부터 전시 전체를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몇 개 작품부터 시작해 실제로 관람객이 사용하는지, 어떤 질문을 하는지, 답변 품질은 충분한지 확인한 뒤 확대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 AI 도슨트가 사람 도슨트를 대신하게 될까?
현재 해외 사례만으로 “AI가 도슨트를 대체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사람이 진행하는 도슨트 투어에는 분명한 장점이 있습니다.
현장에서 관람객의 표정을 읽고, 반응에 따라 설명을 바꾸고,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모든 관람객이 도슨트 시간에 맞춰 방문하지는 않습니다.
오디오가이드에 없는 궁금증이 생길 수도 있고, 캡션에 모든 연구자료를 넣을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현재 확인되는 해외 사례는 기존 해설을 없애기보다 기존 해설이 닿기 어려운 순간을 보완하는 방향에 더 가깝습니다.
✅ 우리 전시에도 AI 도슨트가 필요할까?
해외 유명 미술관이 사용한다고 해서 모든 전시에 AI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기술보다 먼저 볼 것은 우리 전시에서 반복되는 문제입니다.
다음 질문 가운데 여러 개가 우리 전시와 겹친다면 검토해볼 만합니다.
- ⏰ 도슨트 운영 시간이 제한돼 해설을 듣지 못하는 관람객이 많은가?
- 📄 리플렛이나 캡션에 모든 설명을 담기 어려운가?
- 🎧 오디오가이드를 듣고 난 뒤에도 추가 질문이 생기는가?
- 🌏 어린이·외국인 등 관람객별로 다른 수준의 설명이 필요한가?
- 🗂 이미 만들어둔 작품·작가·연구자료가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가?
- 💬 관람객이 어떤 작품에서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알고 싶은가?
해외 사례에서 보이는 변화는 ‘모든 미술관이 AI를 써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질문이 하나 늘었다고 보는 편이 맞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설명할 것인가?”와 함께“관람객은 무엇을 궁금해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것.
AI 도슨트가 등장하는 이유도 이 지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AI 도슨트의 시작점은 단순히 ‘AI를 써보자’가 아니었습니다.
관람객이 작품을 더 쉽게 이해하도록 돕고, 도슨트가 없는 시간의 빈틈을 채우고, 기관이 가진 자료를 더 잘 활용하려는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중요한 건 최신 기술을 도입하는 것보다 우리 전시에서 어떤 관람 경험을 보완하고 싶은지 먼저 정하는 것입니다.
CULF는 전시 자료를 바탕으로 관람객이 작품과 전시에 대해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는 AI 도슨트 서비스입니다. QR 기반으로 이용하며, 전시 성격에 따라 해설 방식과 기능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우리 전시에는 어떤 방식의 AI 도슨트가 적합할지 궁금하다면, 전시 상황에 맞춰 함께 검토해보세요.